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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자연·폐품의 힘으로 움직여라, 세상아
이동근 대안기술센터 소장
1992년 11월 이동근(39)씨는 케냐에 있었다. 기독교 청년 단체 회원이었던 그는 의료봉사팀을 따라나섰다. 케냐에서의 봉사활동은 기쁨보다 절망을 줬다.

“굶어죽는 이들을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나 슬펐습니다. 하지만 그때 하나님이 그런 이들을 섬기라고 세상에 저를 보내셨음을 분명하게 깨달았습니다.”

대학을 졸업한 뒤 제3세계의 가난한 농촌을 돕는 일을 하는 민들레공동체에 들어온 것도 그런 결심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가 가진 것은 건장한 몸밖에 없었다.

1996년, 이씨에게 가난한 이들을 도울 달란트(재능)를 얻게 되는 사건이 생겼다. 민들레공동체 김인수 대표로부터 들은 대안기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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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세계의 가난한 이웃들을 돕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이 그를 대안기술의 세계로 안내했다. 이동근 대안기술센터 소장이 민들레공동체 본부 건물 옥상에 손수 만들어 세운 풍력발전기 앞에 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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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전마을에 사는 한 아이가 자전거 발전기에 올라타 페달을 밟고 있다. 대안기술센터 제공


자전거 발전기·위성안테나 태양열 오븐·폐식용유 연료…
별다른 투자 없이 누구나 쉽게 배우고 쓸 수 있는 기술 보급
전시장 만들고 제3세계 빈민들에게 도움 주는 게 꿈
경남 산청군 갈전마을의 민들레공동체에는 고물이나 폐품처럼 보이는 물건들이 여럿 있다. 본부 건물 들머리 오른편에는 굴러가지 않는 녹슨 자전거가 서 있고, 왼쪽에는 위성방송 수신용 접시안테나가 놓여 있다.

하지만 이들 물건은 폐품이 아니다. 자전거는 발전기다. 2시간쯤 페달을 밟으면 2층 건물 1동을 8시간쯤 밝힐 수 있는 전기가 생산된다.

안쪽이 은박지로 싸인 접시안테나는 태양열 오븐. 맑은 여름날에는 600도까지 올라간다. 밥짓기와 다양한 요리를 할 수 있다. 태양열 오븐에서 구운 고구마나 감자는 타지 않을 뿐 아니라 맛도 뛰어나다고 한다. 종이상자로 만든 오븐도 있었다.

이곳에는 폐식용유를 활용한 바이오디젤 생산설비도 갖춰져 있다. 설비라고 해야 드럼통 두개가 전부다. 이동근(39) 대안기술센터 소장은 “공동체에서 쓰는 트랙터나 농기구 등에 쓰는 연료는 자급이 가능하다”고 했다. 모두 이 소장이 만든 작품들이다. 그는 대안기술 전문가다. 대안기술에 대해 이론적으로 알고 있는 이들은 있지만 이를 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실천적 기술을 종합적으로 익힌 사람은 우리나라에 거의 없다. 그래서 그는 대안기술센터를 만들었다. 대안기술을 보급하고 가르치는 곳이다. 이를 통해 그는 부정기적이긴 하지만 대안기술을 배우는 워크숍을 연다. 대학교, 엔지오 등의 강연 요청에도 적극적으로 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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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양열 오븐으로 밥을 짓는 모습. 대안기술센터 제공


이 소장이 대안기술을 알게 된 것은 1996년. 슈마허의 〈작은 것이 아름답다〉와 황대권씨가 지은 〈백척간두에 서서〉를 읽으며 대안기술의 세계에 매료됐다. 그의 눈에 대안기술은 별다른 투자 없이 누구나 쉽게 배워서 쓸 수 있는, 민중들을 위한 기술이었다. 태양열, 바람, 인분 등을 활용해 에너지를 만들 수 있다는 내용은 가난한 이들을 위한 복음과도 같았다. 어서 배우고 싶었다. 우리나라의 여러 대학을 뒤졌지만 이를 종합적으로 가르쳐주는 곳은 없었다. 눈을 외국으로 돌렸다.

인터넷을 뒤지다 영국에서 중간기술개발그룹이라는 단체를 찾아냈다. 그곳에 메일을 보내 자신의 사정을 알렸고 대안기술센터(CAT: Center For Alternative Technology)를 소개받았다. 대안기술을 처음 알게 된 지 6년 뒤인 2002년 그는 영국으로 가 동런던대학이 대안기술센터와 함께 진행하는 산학협동과정에 등록했다.

영국 생활에 대해 그는 다른 이를 돕는 데 쓰기 위한 기술을 배운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서 그런지 즐거운 때였다고 말한다. 하지만 돈이 없어 고달프기도 했다. 집과 공동체에서 학비를 보내줬지만 부족해 하루에 네 시간씩 화장실 청소 아르바이트를 했다. 2년 만에 ‘캄보디아 도시빈민들을 위한 생태적이고 친환경적인 건축’을 주제로 논문을 쓰고 한국으로 돌아와 대안기술을 삶 속에 접목시키기 시작했다. 그의 꿈은 갈전마을에 대안기술을 적용해 전시장 같은 구실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함께 일할 사람과 돈이 없어서 대안기술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재원이 마련되면 무엇보다 캄보디아 같은 제3세계의 가난한 농촌 마을에 이 기술을 전해줄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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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들레학교 아이들이 대안기술센터에서 폐식용유를 이용해 바이오디젤을 만들고 있다. 대안기술센터 제공


인간·환경 망치는 거대기술 반성
사람 노동력을 생산주체로 삼아

대안기술은 환경 파괴와 인간 소외를 초래하는, 현대산업문명을 이끄는 거대 기술에 대한 반성에서 나온 대안적인 기술을 모두 일컫는 말이다. 풍력과 태양열을 이용한 발전, 소수력 발전, 태양열을 이용한 가전기기, 친환경 소재를 활용한 생태건축기술, 가내수공업적 방식을 통한 제품 생산, 유기농법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분야를 포괄한다.

대안기술이란 개념은 원래 독일 출신 영국 경제학자인 에른스트 프리드리히 슈마허의 중간기술에서 시작됐다. 적정기술이라고도 한다. 슈마허는 현대의 거대기술로 인해 인간의 본성은 자연의 순리를 상실해가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소중한 자연과 인류가 축적한 조화로운 생활환경이 파괴되어 인류의 미래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고 지적하고 중간기술의 사용을 제안했다. 그가 제안한 중간기술은 인간의 적정한 노동력이 생산의 주체가 되도록 하는 기술을 말한다.

고액의 투자가 필요하지 않고, 에너지 사용이 적으며, 누구나 쉽게 배워서 쓸 수 있고, 현지에서 나는 원재료를 쓰고, 작은 규모의 사람이 모여서 제품 생산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 등이 중간기술의 특징이다.




권복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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